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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

[이탈리아] 로마 (1) : 콜로세움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4. 25. 00:17

ROMA, VRBS AETERNA (1) : AMPHITHEATRVM FLAVIVM(COLOSSEVM)


그 자체가 고대 로마 유적 야외박물관인 로마시에서 가장 인상깊은 고대 로마 유적지는 단연 콜로세움과 포룸 로마눔이다. 마침 두 유적지가 서로 붙어있고 콜로세움 바로 앞에 Colosseo 역이 있기 때문에 로마 여행기를 콜로세움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콜로세움의 원래 이름은 AMPHITHEATRVM FLAVIUM, 즉 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Flavian amphitheatre)으로 플라비우스 왕조의 두 황제에 의해 건설되었다. 기원후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기원후 69~79년 재위)에 의해 착공한 이 원형경기장은 그의 아들이자 계승자 티투스(기원후 79~82년 재위)에 의해 기원후 80년 완공되었다. 

  

콜로세움이라는 이름은 일설에 따르면 경기장 근처에 세워져있던 네로 황제(기원후 54~68년 재위)의 거상(Colossus)에서 비롯하였다고 한다. 네로의 황금의 집(DOMVS AVREA)에 있던 이 거상은 높이가 30m에 달했으며 후대 황제들에 의해 태양신 솔의 형상으로 개조되었고 위치도 현재 콜로세움 근처로 옮겨졌다.















출처 : http://www.colorado.edu/classics/clas1140c/domus.html(좌), National Geographic magazine, September 2014(우)


좌측 그림 빨간 원 내에 있는 것이 네로의 거상이며 그 뒤쪽으로 뻗은것이 황금의 집이다. 사진 윗쪽에 보이는 인공 호수 위치에 지금의 콜로세움이 들어선다. 우측 그림 하단에 자유의 여신상과 비교한 것을 보면 네로 거상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무튼 콜로세움은 직경 188m, 높이 48m의 초대형 건물인데 비해 그 건설기간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이 놀라운 속도는 아마 충분한 재원과 노동력, 그리고 고도의 건축기법 덕분이었을 것이다. 베스파시아누스와 티투스 부자(父子)는 유대전쟁에서 활약한 것으로 유명한데, 아들 티투스는 유대인들의 반란을 진압하고 그들이 다시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종교적 구심점인 예루살렘 성전(성경에 자주 나온다)을 파괴하고 거기에 입혀진 금박과 노예로 잡은 유대인들을 로마로 보낸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과 노동력에 공돌이의 나라 로마의 최신 공법이 더해지는데 원형경기장을 4등분하여 각 귀퉁이를 동시에 건설하는 방법을 통해 빠르게 완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건설속도도 놀랍지만 2000년 가까이 무너져내리지 않고 그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놀라운데 콘크리트와 같은 우수한 원자재와 아치의 사용에 힘입은 것이리라.


Colosseo 역을 나오면 예고도 없이 눈 앞에 콜로세움이 짠하고 2천년의 위용을 드러낸다. 이 장대한 건축물은 약 50,000~80,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는데 수만명의 관중이 드나드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고대 티켓 시스템 덕분으로, 티켓에 표시된 문 번호로만 입장할 수 있는데 저기 1층 아치 윗쪽 가운데에 문 번호가 적혀있다. 잠실야구장의 최대 수용인원이 26,000명인데 야구 끝나고 나갈때 시간이 꽤나 지체되는걸 떠올려보면 그 옛날에 참으로 놀라운 시스템을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지금 우리가 공연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입장하는 체계랑 거의 똑같다. 아 기본적으로 로마에서 공연, 경기는 정치인들에 의해 꽤 자주 공짜로 제공되었다는걸 생각하면 현대인이 부러워할 구석도 다소 있는거 같다...


콜로세움의 지하와 지상층(현대엔 1~3층으로 구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경기가 가장 잘 보이는 맨 아랫줄은 원로원 계층석으로 황제와 베스타 신녀들만 앉을 수 있는 특별석(박스 형태)도 있었다. 그 윗줄은 기사 계급, 또 한 줄 위는 시민석이었다. 시민석은 시민석대로 아래쪽엔 부유층석, 윗쪽엔 서민석으로 나뉘어졌고 맨 꼭대기에는 극빈층, 노예, 여자들을 위한 자리가 있었다. 


즉 고대에는 아랫줄부터 로얄석이라고 보면 되는데 웃기게도 현대에는 원래 제일 안좋은 자리인 3층과 선수 대기실인 지하층 표 구하기가 더 어렵다..... 일반표를 사면 1~2층만 들어갈 수 있으니 지하와 3층도 보고 싶으면 따로 가이드 투어 예매를 해야한다. 공식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가이드 투어 티켓은 매우 저렴하지만(9유로) 일찍 마감되므로 생각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구매를 해야한다. 제일 치열한 영어 가이드 표를 사려면 최소 몇달전에는 구입하는 것이 좋다. 나는 이걸 모르고 있다가 표가 매진되어버리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현지 투어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오피셜이 아닌 사설 가이드들도 콜로세움측에 공인받은 곳이면 자체 모객 및 투어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식 홈페이지 투어를 놓쳤으면 현지 투어라도 해야한다. 나는 walks of italy라는 투어사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을 했고 투어는 콜로세움(지하, 경기장, 2~3층)&포룸 로마눔 코스로 비용은 100유로 가까이 했다. 포룸 로마눔은 원래 혼자 보려고 했었기 때문에 투어 끝나고 혼자 다시 다 돌아봤다. 시간낭비 돈낭비.. 생각있으면 미리 공식 홈페이지 가이드 표를 구해놓자!

콜로세움으로 입장하는 길에 찍은 외벽 사진. 아래가 조금 짤렸는데 자세히 보면 1층 기둥하고 2층 기둥하고 3층 기둥하고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1층 기둥은 도리아 양식, 2층 기둥은 이오니아 양식, 3층 기둥은 코린토스 양식이다. 


투어는 1층 경기장층(Arena Floor)에서 시작해서 지하층을 거쳐 2~3층을 보는 코스로 일반표를 구매한 사람들하고는 아예 다른 곳으로 입장한다. 덕분에 줄은 하나도 서지않아도 된다. 아주 가끔은 이렇게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 법이다.


(왼쪽에서부터 도리스 양식, 이오니아 양식, 코린토스 양식)

가이드를 따라 검투사들이 경기를 하던 경기장층으로 입장하는 길(사진을 눌러서 보면 문의 모습이 보인다!). 투어사에 따르면 한 때 검투사들이 입장하던 검투사의 문이라고 한다. 진짠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 경기장(Arena floor) 또한 지하, 3층 가이드투어 티켓을 구입해야 입장할 수 있다. 콜로세움을 100% 감상하려면 여러모로 빨리 가이드 투어 티켓을 사놓는 것이 유리하다.


문 위에 적힌 명판을 보면 맨 윗줄엔 콜로세움의 원래 이름인 AMPHITHEATRUM FLAVIUM이, 아래 쪽 가장 굵은 글씨로 적힌 줄엔 PONT. M 이라고 적혀있는것을 볼 수 있다. PONT, M은 PONTIFEX MAXIMUS의 약자로 최고신관을 뜻한다. 최고신관은 고대 로마 시대에는 최고위 종교직책이었으나 기독교 시대 이후 교황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따라서 BENEDICTUS XIV PONT M = 교황 베네딕토 14세이다. 베네딕토 14세는 1749년 콜로세움을 초기 기독교인들이 순교한 성지로 선포하였고 이 명판은 해당 내용이 적힌 것이다. 


로마 시내에는 교황 이름으로 남겨진 명판이 너무 많아서 길을 지나다 라틴어 명판 중에 PONT. M, PONT. MAX. 라는 단어가 보이면 교황이랑 관련있겠거니..하고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고대 로마 당시 최고신관의 모습은 조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로마에서는 사제계급이 종교의식을 수행할때 머리를 토가로 가렸는데 박물관에서 그런 모습을 한 조각상에 주목해보자. 지금 남아있는 것들은 주로 최고신관의 복장을 한 황제들의 조각상인데 제정기엔 황제가 최고신관의 역할도 겸임했기 때문이다. 

(최고신관의 복장을 한 아우구스투스)

명판이 새겨진 문을 통과해 경기장 층에 입장한다. 원래 바닥은 다 없어진 상탠데 여기만 바닥을 일부 복원해놓았다. 그나저나 투어가 아주 소규모라 좋았다.. 

경기장에 서면 콜로세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검투사들의 시야가 이랬겠거니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바로 이 자리에서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글라디아토르(GLADIATOR)는 살의를 품은 또 다른 글라디아토르를, 베스티아리우스(BESTIARIVS)는 아프리카에서 온 신기한 맹수들을 상대했다. 어떤 심경일까 상상해보고 싶지만 솔직히 뭐 어떤 기분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관객 입장은 조금이나마 상상이 되는데 분명 엄청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오늘날 프로야구장에 가서 느끼는 기분과 어느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죽고 죽이는 잔인한 스포츠지만 이곳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자는 오늘날 스포츠 스타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을 수도 있었다. 

콜로세움에서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는데 역사적 전투나 신화, 서사시의 한 장면을 재현한 공연이 상연되기도 했다. 오늘날 영화나 드라마랑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정말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이 문제지만..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도 역사적 전투를 재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로마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가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결정적으로 꺾은 자마 전투를 재현하는데 카르타고군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동료들을 지휘해 오히려 로마군 역을 맡은 상대편을 패배시켜버린다. 


얘기가 나온 김에 글래디에이터를 좀 더 하면 후반부에서 악역인 콤모두스 황제가 직접 주인공 막시무스랑 맞붙는 장면을 보고 어릴적엔 말이 안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황제가 노예랑 왠 1:1 싸움?(물론 깊은 사연이 있긴하지만). 근데 왠걸 알고보니 콤모두스는 실제로 어릴적부터 검투가 취미였으며 실제로 콜로세움에서 사람/맹수와 자주 맞붙었다고 한다. 사자, 코끼리, 기린, 하마 가리지 않고 이겼으며 달리는 타조도 활로 맞추었다고 하는데.... 실제 역사가 꽤나 반전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일반 티켓 구매자는 저기 저 반대편에서 들어온다. 뭐 눈높이는 여기랑 비슷하겠으나 여유공간이 차원이 다르다는거! 

공간의 차이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지금 양 옆이 벽에 가려서 안보이는데 직접 가보면 꽤나 넓다. 반대편에 빽빽하게 모여있는 사람들과는 관람의 질이 다르다. 

 

지하로 내려왔다. 위에서 볼때는 그렇게 안높아보이는데 내려와보면 꽤 높다... 시합이 있는날이면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아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경기준비를 했을 것이다. 

지하의 하이라이트 엘리베이터다.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땅 밑에서 검투사나 맹수들이 뿅하고 등장하는 연출을 할 수 있었다. 이 엘리베이터는 300kg 중량을 7m 위인 무대까지 올릴 수 있었으며 지상에 도착하면 지붕과 입구가 동시에 열려 탑승자나 동물이 바로 튀어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통로를 따라 총 28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 동시에 가동하면 꽤나 장관이었을 것이다. 이런 연출을 기획한 것도, 장치를 만들어 낸것도 정말 대단하다. 이래서 역사가 재밌지 않을 수 없다.


눈앞에 보이는 저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현대에 복원한 것이다. 고대에 썼던 재료로 고대 공법으로 복원했다고 하는데... 뭐 나는 이런 복원엔 늘 찬성이다. 사실 엘리베이터 없으면 지하층은 관심없는 사람들에겐 지루한 공간일듯. 

 

(엘리베이터님의 위용)

(지하에서 윗쪽을 올려다보는 느낌이 새롭다)

(입구이자 출구, 마치 동굴탐험하는것 같은 기분..)

바로 아래 보이는 것이 2층에서 본 경기장층이다. 보시다시피 저기 서면 여유롭게 콜로세움의 전체뷰를 볼 수 있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사진 찍기도 좋다. 추천 백개드림

조금 옆으로 옮긴 시점

 

대망의 3층으로 올라가는 길.

나머지 사람들이 저렇게 바글바글 끼여서 구경할때 난 아주 여유롭게 콜로세움을 즐길 수 있었다

3층에서는 콜로세움의 전경이 아주 시원하게 보인다. 2층과 비교해봐도 꽤 높으며 무엇보다 투어로만 입장할 수 있기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정말 좋다. 경기장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1층 구경하기가 아주 고생스럽다는게 한 눈에 보인다..


 


외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은 모조리 사라졌지만 과거 외벽이 멀쩡하던 시기에는 벽 위에 네로의 황금의 집에서 가져온 조각상들이 빙 둘러서 있었다. 그리고 햇볕이 너무 뜨거운 날이나 우천시에는 천장에 범포를 쳐서 관람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고 하는데... 잠실야구장보다 낫네.

3층에서 보는 바깥 경치도 일품이다. 팔라티누스 언덕을 배경으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과 그 앞에 로마 시대의 분수대 메타 수단스(META SUDANS)터도 보인다. 메타 수단스는 무솔리니가 거치적거린다는 이유로 없애버렸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왼쪽 열주들 뒤로 티투스의 개선문이 조그맣게 보이고 정면에는 하드리아누스 황제(기원후 117~138년 재위)때 세워진 베누스(비너스)와 로마 여신의 신전터가 있다. 이 신전은 특히 베누스 펠릭스(VENVS FELIX, 행운의 베누스)와 로마 아이테르나(ROMA AETERNA, 영원한 로마)에게 헌정된 신전이다. 그리스, 로마에서는 같은 신이더라도 포커스를 맞추고 싶은 신성과 종교적 역할 등에 따라 별칭을 다르게 붙인다. 예를 들어 포룸 로마눔 옆에 있는 카이사르의 포룸인 포룸 율리움에는 베누스 게네트릭스(VENVS GENETRIX, 어머니 베누스)의 신전이 있다. 율리우스 가문에 베누스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내세우려는 카이사르의 의도가 엿보이는 작명인데 아무튼 신전을 볼때 이런 별칭까지 고려해서 보면 더 재미가 있다.



이렇게해서 로마의 대표적인 유적지 콜로세움 구경을 마쳤다. 보는 내내 폐허만으로도 이렇게 장대하고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데 과거 완벽한 상태일때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어진 시기를 생각하면 더더욱 경이를 표할 수밖에 없다. 로마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면 누구나 입장하든 안하든 콜로세움을 한번쯤은 볼텐데 기왕 로마까지 온거 미리 예매해서 지하부터 3층까지 샅샅히 훑는 기회를 꼭 가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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